10년 만에 시애틀을 떠나며...
저는 가족과 함께 다음달에 정든 시애틀(워싱턴주)을 떠나 뉴욕/뉴저지로 이동하려 합니다. 아직은 직장도, 집도 없지만 일단 떠납니다. 짐은 거의 다 정리하고 차로 갑니다.
2007년 2월, 저는 북한접경지역으로 비전트립을 갔습니다. 북한땅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지하교회 성도들과 선교사님들을 만나 교제하고 축복하는 여행이었죠.
마지막 날엔가 북경의 선교사님 댁에 머물렀는데 그때 너무나 생생한 꿈을 꿨어요. 꿈에서 저는 생뚱맞게도? 뉴욕의 복잡한 거리에 서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뉴욕에서 7년째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도대체 뉴욕엔 왜 가있으며 무슨 컨설팅을 하고 있다는 건지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꿈이었습니다.
이전에 뉴욕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 저였지만 막연하게 미국 이민교회와 뉴욕의 유대인을 위한 기도는 했었지요.
그런데 비전트립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저와 같은 교회를 섬기던 한 자매도 저를 뉴욕에서 만나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바로께서 꿈을 두 번 겹쳐 꾸신 것은 하나님이 이 일을 정하셨음이라 하나님이 속히 행하시리니"(창세기 41:32).
그 후로 계속 그 생생한 꿈을 마음에 두고 있던 저는 그 다음해인 2008년에 뉴욕에 무비자로 여행을 다녀오려고 알아보기 시작했지요. 그러던 중 또 한 번의 생생한 꿈을 꾸게 됩니다. 하늘에서 한 남자가 내려오는 꿈을... 그리고 한 달쯤 후에 남편을 소개로 만났고 그 이듬해인 2009년에 결혼하고 딸을 낳았죠.
(이쯤 들으시면 제가 이런 식의 꿈을 자주 꾸는 사람인 줄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전혀 그런 타입이 아닙니다. 영적으로 민감한 스타일도 아니고 꿈을 자주 꾸지도 않을뿐더러 혹여 꾸더라도 거의 개꿈이라 금세 잊어버린답니다.)
그 후 남편이 해외취업 연수과정으로 미국에 올 기회가 있어서 뉴욕으로 가려 했지만 어쩐 일인지 뉴욕은 열리지 않고 시애틀이 먼저 열렸어요.
그렇게 해서 2011년에 시애틀로... 어느새 10년이 돼가네요.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결심하고 준비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비자를 두 번 갈아타고 작년에 영주권을 받았어요.
지금이 떠나야 할 때인지, 떠나는 게 맞는 건지도 잘 모르는 채로 일단 한번 가보는 거예요. 그 꿈들이 정말 하나님께서 주신 꿈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남편도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해서...
지난 13년간 시시때때로 그 꿈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왔기에, 이렇게 결정하고 나니 설레고 감사하지만 지난 시간 함께해온 분들 생각하면 서운하고 슬프기도 해요. 삶을 마치고 이 땅을 떠날 때 이런 느낌일까 하는 그런 생각까지도 드네요..
시애틀에서 보낸 10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정체되어 있었나 싶었는데... 돌아보니 굽이마다 하나님의 은혜였고 소중한 이웃들, 지체들을 만나게 된 시간이었어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
아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죄송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시애틀에서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간 정말 많은 분들께 사랑의 빚을 졌거든요. 미국 오자마자 어리어리한 저희 가족을 도와주시고 살펴주시고, 보이지 않는 중보의 은혜야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요샌 팬데믹 때문에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고, 짐 정리하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하느라 정신도 없고,... 그러다 보니 감사의 마음을 제대로 표할 새도 없이 떠날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네요.
낯선 이국 땅에서 겪은 두 번의 유산, 제 자신의 죄와 연약으로 아프고 괴로웠던 시간들, 죽기를 바랄 만큼 힘들었던 고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아버지의 긍휼과 은혜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 감사하며 찬양을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이 여름에 떠나는 여정이 순종의 걸음들로 채워지기를 소망하지만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함을 믿습니다.
요새 맘에 와닿는 노래 한 곡 나눌게요.
God blessed the broken road that led me straight to you...
https://youtu.be/lZp6pmgbZyU
또 소식 올리겠습니다.
시애틀 옆 벨뷰에서...
혹시 저의 결혼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하늘 아버지의 노처녀 딸 시집보내기~ ^^
https://heavenlady.tistory.co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