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in Jesus Christ

[2013년에 쓴 글] "2003년 5월에 이라크 땅을 밟았습니다..."

킹덤네트워커 2022. 8. 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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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에 이라크 땅을 밟았습니다.

당시 이라크는 전쟁 직후였고 항공편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라크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도 이라크에 가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당시 미혼이었고 아빠가 돌아가신 지 1년 남짓 된 시점이었습니다.
엄마께 말씀드려 보았지만, 엄마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셨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었습니다.
갈 방법도 없었고, 또 사실 재정도 없었으니까요.

그때 저는 한 선교단체에서
선교와 중보기도에 관한 훈련을 받던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 선교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어서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놀랍게도!!
이라크 단기의료봉사팀을 긴급 모집하고 있다는 팝업창이 떴습니다.
제겐 정말 기적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의사도, 간호사도, 의료봉사 경험도 없었기에
혹시나 하고 담당 간사님께 전화 문의를 드렸고
간사님은 저에게 일반 봉사자도 필요하다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엄마께 이러이러한 기회가 생겼다고 말씀드렸지만 엄마는 계속 위험하다며 극구 반대하셨고 저는 엄마의 반대 가운데 갈 수는 없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재정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이 되지 않았고, 단지 엄마만 허락하시면 어떻게든 가리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 간사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이제는 확답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못 가겠다고 대답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마침 그때 제 옆에 엄마가 계셨습니다.
엄마를 보면서 저는 한 번만 더 말씀을 드려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사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곧 연락 드릴게요!"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때 엄마는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으셨는데 엄마와 제가 함께 3일 금식기도를 하고 난 바로 다음 날 그 어려움이 풀어지는 놀라운 기도 응답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그 기적적인 기도 응답 얘기를 꺼내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왜 그 일이 생각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성령님께서 떠오르게 하셨나 봅니다.

"엄마, 그렇게 응답해 주신 거 너무 감사하지?"
"그럼, 하나님께 너무너무 감사하지."
"그러니까 나 이라크 단기선교 허락해 줘."
"..."

엄마는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어디서, 누구랑 가는 건데...?"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서 결국 엄마는 저의 이라크 단기선교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기선교 비용까지 대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여호와 이레, 할렐루야!

저는 그저 큰 확신도 없이 연약한 가운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고자 했을 뿐인데, 하나님은 그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디작은 순종을 보시고 친히 모든 상황을 놀랍게 이끌어 가셨습니다.

결국 저는 2003년 5월에 태국 방콕을 경유해 요르단 암만 공항에 도착했고, 택시와 버스로 이라크 국경을 넘어 바그다드를 지나 이라크 남단 바스라에 도착했습니다.

의료사역은 바스라에서도 더 남쪽으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가야 하는 움카슬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이뤄졌습니다. 아직 5월이었지만 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올라갔고 머물던 숙소 바로 앞에서 밤새 총격전이 벌어지는 일도 있었지만 모든 팀원들이 무사히 사역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의사도, 간호사도, 사역자도 아닌 제가 그 땅에서 한 일은 어쩌면 너무나 보잘것없어 보입니다. 뭐 그거 하려고 그렇게 어렵게, 큰 돈 들여 위험한 곳에 다녀왔느냐고 누군가는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어쩐 일이신지 연약한 저를 부르셨고 저는 작은 순종을 드렸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행하셨을 것입니다. 그 이상은 잘 모릅니다. 그때 그 시간이 하나님의 경륜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저는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좀전에, 어느 선교사님이 선교지에 들어가신 지 일주일 만에 사고로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소식에 문득 10년 전에 밟았던 그 땅 이라크가 생각 나서 나눴습니다.

재작년에는 이노아 선교사님이 아프가니스탄에 파송되신 지 한 달여 만에 폭탄테러 현장에서 순교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지난 2009년 캄보디아로 파송된 고 방효원 선교사님 일가족이 사역지인 씨엠립으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선교사님 부부와 자녀 2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시는 것은 우리의 순종이고, 그 열매는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때에 친히 맺어 가시는 것임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탄은 언제나 요란스럽게 발악하며 우리를 두렵게, 낙심케, 절망케 하려 애를 쓰지만
열방의 교회를 친히 견고게 하시고 부흥케 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로 끝까지 승리케 하심을 믿습니다.

여호와 닛시, 할렐루야!

p.s.
이라크에 다녀온 지 5년 후인 2008년에 저는 이라크 단기선교팀에서 처음 만난 어느 사모님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2009년에 결혼했습니다.

요한복음 12장 24절 말씀을 받고, 거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떠났던 이라크단기선교는 저에게 평생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두고두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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