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교수, 미 의회 인권위원회의 ‘한국인권’ 청문회 이후 첫 공개 발언
“탄핵은 1919년 레닌의 공산주의 혁명과 같은 종류의 사건”
“그들은 권력에 집착하며, 보이지 않은 조직망을 가지고 있는 세력”
“우익은 폐족 즉 지하세력 상태로 전락”
“미국 민주당은 사상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많은 부분이 통해...경계해야”
이인호 전 주러대사(서울대 명예교수)가 2일 미 의회의 사상 첫 ‘한국인권’ 청문회에 증인으로 서게 된 배경에 대해 공개했다. 이 전 대사는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미 하원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위기에 처한 한국의 시민적, 정치적 상황에 대해 과감하게 증언한 바 있다.
이 전 대사는 MKS국가웅비전략연구소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시국강연에서 문재인 정권의 집권은 ‘반(反)국가세력의 선전선동에 의한 정치 쿠데타’였으며 한국의 우익은 이른바 ‘폐족’ 즉 ‘지하세력’ 상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사는 “문재인 정권은 단순히 정권교체, 대통령이 바뀌는 정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반(反)대한민국적 의도를 가직 핵심 세력이, 민주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진 국민들을 교묘한 선전선동으로 속여서 이뤄낸 정치 쿠데타”라며 “1917년 10월 레닌이 일으켰던 혁명적 쿠데타와 같은 류의 사건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는 앞서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문 정권을 ‘포퓰리즘적 전체주의’로 규정한 것보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다.
그는 “레닌의 경우도 처음에는 자기의 정체를 속였다”며 “극히 소수의 볼셰비키 집단이 ‘소비에트’ 즉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을 내세워서 입헌의회를 선출해 1당 독재체제 구축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임시정부 요원을 체포하며, 모든 요소요소에 자기 세력을 심고 내란에서 승리한 뒤에야 비로소 자기들의 정체가 공산당이고 볼셰비키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세력이 추구한 경로도 그와 똑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사는 과거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유학할 때 박사논문을 쓰면서 프리 메이슨을 연구한 경험이 우리나라의 반체제 운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인텔리겐차’라고 하는 단순히 지식인이 아니라 사회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헌신하는 정통이 어디서 유래하는가를 연구해보라는 교수의 제의를 받고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 연구가 바로 프리메이슨이라고 하는 비밀 점조직 연구였다”며 “다단계 점조직 구조이기 때문에 아래등급에 속한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들이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위에서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 조직을 움직이는지에 따라 자코뱅 혁명정당에 이용당할 수도 있고 왕정음모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사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봉착한 위기는 단순히 정치적 위기가 아니라 ‘의식의 위기’, 즉 역사를 잘못 알고 국민의식이 해이해진 데서 온 ‘거대한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득권 세력의 오만, 이기심, 지적 나태, 도덕적 용기 부족으로 인해 반국가세력이 ‘민주화 운동’이라는 것에 기식하면서 교묘하게 우리의 삶 속에 뿌리를 깊이 내렸고, 노무현 정권을 지나면서 공공연한 정치세력으로 부상을 했다”며 그 결과 한국에서 우익은 이른바 ‘폐족’ 즉 ‘지하세력’ 상태로 전락했다고 했다.
이 전 대사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미국 정계의 인식이 달라지고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청년층의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현상이 문 정권이 추구하는 방향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들은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을 ‘촛불혁명’이라고 하는 위장전술을 써서 몰아낼 정도로 권력에 집착하며, 보이지 않은 조직망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라며 “탄핵으로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단순한 선거패배로 권력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사는 “우리는 먼저 엄청난 수난을 겪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며 “국민 특히 미래세대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깊은 걱정, 바람을 우리가 읽어내서 다시 정신혁명을 일으키고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가 무엇인가를 다시 상기시키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세워진 토대는 자유, 평등, 자주, 독립 그리고 복지의 하한선의 끊임없는 상승이었고 우리는 혁혁한 성공을 거뒀지만 이런 역사가 국민의 뇌리에서 다 지워진 것은 의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기초를 세운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같은 대단한 지도자들을 독재니 친일이니 하는 저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속에 가둬버리고 그것을 깨지 못한 데서 우리의 수난은 이미 잉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을 바로잡지 않고서 정치공학만으로는 지금 정권을 뒤엎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가 ‘폐족’의 상황에 몰려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처음부터 감동을 주면서 국민을 일깨우는 일을 해야지 다른 묘책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이 전 대사는 미국의 정계와 언론, 학계, 그리고 개인들은 한국이 봉착한 현재의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문재인 정부 정책의 효과를 체험하는 우리와 달리 외국은 촛불혁명이라고 하는 환상이 심어놓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문재인 정권의 도래를 한국의 민주주의가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가까운 지인들마저 자신의 말보다 문정인 교수의 말을 믿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학에서도 문재인 정권의 역동적 민주주의 덕분에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방탄소년단(BTS)이 성공을 하고, 코로나19 방역을 잘 할 수 있었다는 ‘헛소리’를 담은 논문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와 CNN 등 미국의 주류 매체들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2019년 개천절에 서울 도심을 가득 반(反)문재인 집회에 대해 뉴욕타임스나 CNN이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미국 정계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극심한 분열 등으로 인해 오랜 우방인 한국의 위기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사는 미국의 민주당과 한국의 더불어민주당이 사상적 측면에서 통하는 면이 매우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보편적 인권 문제를 다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민주당 측 공동위원장이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공격하는 것에 대해 주저함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미국의 민주당 측은 한국의 전수미 변호사를 초청해 청문회에서 문재인 정권의 입장을 강력하게 대변하도록 했다”며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결구도가 자칫하면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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