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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in Jesus Christ

[크리스천 싱글들에게] 장애인과의 결혼, 어떠냐고요?

by 킹덤네트워커 2020.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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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의 결혼, 어떠냐고요?

1.
주변 분들이 종종 오해를 하곤 하십니다. 제가 엄청 착하고 희생적, 헌신적인 사람이라서 장애가 있는 남편과 결혼했을 거라 추측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받지 않아도 되는 칭찬을 받을 때가 있어요. 저로서는 나쁠 게 없지만 남편에겐 사실 미안? 민망?한 일이죠. ^^;

2.
사실, 저는 그리 착하지도, 희생적이거나 헌신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냥 남편이 절 좋아해주고, 저도 남편이 좋고, 그래서 결혼한 거예요. 남자랑 여자랑 만나서 좋아하는 거 있잖아요. ^^ 물론 오랫동안 결혼을 놓고, 배우자를 놓고 기도해왔고 그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믿었기에 결혼했고요.

3.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애가 있죠. 남편이 가진 장애는 하지장애 2급입니다. 장애의 종류로 보자면 크게는 지체장애이고, 그중에서도 하지(다리 부분)에 장애가 있고, 장애의 정도로 보자면 2급인 거죠. (1급이 더 중증이고, 숫자가 클수록 장애의 정도는 낮아집니다.)

4.
장애 등급 중에서도 1급, 2급은 중증장애로 분류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남편은 왼손에 목발,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어야 걸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장애인 보조장치가 달린 차를 운전할 수 있지요. 20대 때부터 운전을 해온 남편은 운전 경력이 겨우 몇 년인 저보다 훨씬 더 운전을 잘합니다. 사실 미국 온 뒤 남편이 저에게 운전을 가르쳐주었어요. ^^

5.
남편은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 후 바로 임신한 저는 노산이라는 이유로(30대 후반 ^^;) 고위험 산모 ㅡ.ㅡ; 로 분류되었고, 그래서 임신 초기에 유산끼가 보이자 저는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결국 그 이후 최근까지 10년 넘게 남편이 혼자서 가계를 책임져 왔지요.

6.
남편은 아주 어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에 한국에서 태어나 1980년대에 성인이 된 남편은 자라면서 장애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려서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한창 예민한 사춘기 때는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고, 장애로 인한 열등감으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된 남편 앞에도 수많은 장벽들이 놓여 있었죠. 때론 소소하고, 때론 거대한....

7.
남편은 저를 만나기 전에 연애도 몇 번 했고 그중에는 남편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도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자기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고 그래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좋은 차 한 대 사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 댁에 내려가서 강아지나 한 마리 키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저를 소개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8.
마침 그때 저는 제 결혼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40일 새벽기도를 드리던 중이었습니다. ^^

9.
처음 남편과 저는 일산 화정역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남편 차에 제가 타는 순간, 남편은 제가 너무 편안했고 마치 자기 아내 같다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10.
이런저런 갈등과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결국 저와 남편은 만난 지 5개월 만에 양가 가족들, 친지들과 교우들, 많은 분들의 축하와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11.
둘 다 늦은 결혼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바로 임신이 되어 첫딸을 순산했고, 그 뒤로 미국에 와서는 둘째, 셋째를 유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12.
결혼생활하면서 죽고 싶을 만큼 큰 갈등을 겪기도 했고,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충만한 행복감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13.
세상에 멋지고 잘난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누구나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안성맞춤 배우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아니라,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내가 그에게 가장 잘 맞는 그런 만남을 위해 구체적으로 기도했고 하나님께서는 저의 그 기도제목에 놀랍게 응답해주셨습니다. 지금도 때로 싸우고 화내고 화해하고 그러면서 살고 있지만, 서로의 베프(베스트프렌드)로서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 서로의 얼굴을 빛나게 하는, 서로에게 안성맞춤 짝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믿으며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14.
제 남편은 아주 어릴 때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우리 중 누구라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가 있습니다. 질병이나 사고로... 그리고 장애에도 여러 가지 종류와 정도가 있습니다. 따라서, '나는 과연 장애인과 결혼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그다지 적절한 질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이렇게 질문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안성맞춤 배우자인가? 우리는 서로의 단점이나 약점을 감당하고 싶어할 만큼 서로 사랑하는가?,...' 하지만 그걸 누가 정확히 보고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저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혹은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본 끝에 결혼할 때가 많지요. 장애 유무도 그중 한 조건이 될 수 있긴 하겠네요. 불완전한 우리의 판단능력과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결혼은 얼마나 크나큰 모험인가요. 그러니 결혼 이전에도 그렇고, 이후에는 더더욱 하나님을 의지할밖에요.

15.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 두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가장 알맞은 때에, 알맞은 방법으로 하나님께서 쓰시기에 합당한 깨끗한 그릇으로 빚어져가고 있음을 믿으며 감사합니다.

16.
오랫동안 교회 청년회 지체들과 함께 중보기도 모임을 하면서 배우자 기도를 했고, 또한 그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결혼을 했기에, 그렇게 믿기에, 그 기도가, 그 믿음이 지금까지 여러 어려운 고비들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생각합니다.

17.
남편은 깔끔하고 늘 정리정돈을 잘하는 스타일이고, 저는 TV 화면에 있는 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남편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고 저는 생각이 많은 사람입니다. 남편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고 저는 대충 배만 부르면 되지 할 때가 많습니다. 남편은 ESFP, 저는 ISTJ.... 이러니 둘이 얼마나 많이 갈등하고 싸웠을지 상상이 가시지요?

18.
특별히 남편이 장애인이라서 더 힘든 부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거 같아요.(이런저런 짐보따리들을 남편 대신 제가 들어야 한다는 거, 둘이서 다정하게 손 잡고 산책할 수 없다는 거,... 정도?) 순간순간 내 옛자아가 좀비같이 벌떡벌떡 일어나 이리 넘어지고 저리 자빠지고,... 그러다 보니 투닥투닥 싸우고 난리를 치는 거죠. ㅡ.ㅡ;

19.
혹시나 마음이 가는 이성이 장애를 가진 분이신가요? 아무래도 때때로 육체적으로, 어쩌면 정신적으로도 좀더 힘들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어떤 종류, 어떤 정도의 장애냐, 그 장애를 본인이 어떻게 바라보고 감당하느냐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하지만, 사실 우리집 집안 청소는 거의 남편이 다 하고 있어요. ^^; 그리고 제 친정아버지는 장애가 전혀 없으셨지만 당신이 드신 물잔을 고대~로 소파 옆에 내려놓곤 하셨답니다. ㅎㅎㅎ)

20.
눈에 보이는 신체적 장애에만 너무 초점 두지 마시고, 현실적인 장애를 하나하나 짚어보세요. 생각보다 그리 큰 장벽이 아닐 수도 있고, 넘기 힘든 장벽일 수도 있고,....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요.

21.
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결혼이 더 많아지기를 응원한답니다. ^^ 오래 전에 닉 부이치치라는 장애인 청년의 동기부여 강의 영상을 보면서 저는 그 매력적인 청년의 결혼을 위해 기도했어요. 그리고 어느 날 그의 결혼 소식, 그리고 그 아내의 출산 소식을 접하고 많이 기뻤어요.

22.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는 데는 장애말고도 여러 가지 제약이 많겠지요. 분명, 신체적인 장애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닐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모든 것이 되는 것도 아니지요.

23.
사실 저는 남자가 싫고 결혼이 두려워서 독신으로 살기를 바라며 페미니스트연하며 살았어요. 그러다가 예수님을 만나고, 말씀을 읽고, 차츰 결혼에 대한 소망을 갖게 되었죠. 사실 애 낳는 것도 너무 무섭고, 막상 결혼했는데 배우자가 죽으면 어떡하나 두렵고, 혼자 자유롭게 살면서 하나님께 더 큰 영광 돌릴 수 있잖을까 생각도 하고 그러면서요. 하나님께서 그런 저를 긍휼히 여기시고 저의 편견과 두려움, 오해를 하나하나 깨뜨려 주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24.
끝으로, 결혼할 때 받은 말씀을 나누며 저의 이 길고도 두서없는! ^^;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한복음 13:35). 아멘.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싱글들을 축복하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안성맞춤 배우자를 알아보는 눈이 열리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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