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정 일: 2009. 12. X
출 산 일: 2009. 12. X
성 별: 여아
체 중: 3.1kg
산모나이: 만 37세(초산)
분만방법: 무통X, 가족분만X, 자연분만O
진통시간: 2시간 반
병 원: 제일병원
사랑스런 딸이 드디어 세상에 나와주었다.
예정일보다 5일 빠르게...
듣던 대로 해산의 과정은 정말 수고스러웠지만
주변에서 많이 기도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비교적 짧은 시간의 진통 끝에
자연분만으로 순산할 수 있었다.
그 전날 이슬 비슷한 것이 비쳤었고
밤 12시쯤부터 진통으로 계속 잠이 깼다.
처음엔 1시간,.. 나중엔 15분...
(진통 5분 간격일 때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가진통인지 진진통인지... 긴가민가 하며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이
진통의 간격이 점점 빨라졌고 강도는 점점 세졌다.
집을 나설 때는 이미 진통의 강도가 너무 세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진통의 간격이 빨라짐을 느끼면서 나는 입원 준비를 했다.
아직 예정일이 좀 남아있어서 게으름 피우느라 입원 가방을 챙기다 만 상태였다. ^^;
그 동안 인터넷과 여러 루트를 통해 들었던 입원 준비물들을
입원 가방에 주섬주섬 챙겨넣었다.
짐을 챙기는 중간중간에도 진통이 찾아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저 바닥에 엎드려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새벽 4시쯤에는 양수가 터졌다.
옷을 갈아입으며 산모패드를 하고
입원 가방을 마저 다 챙긴 후에
먼저 친정엄마를 깨워서 병원에 가야 할 거 같다고 말씀드리고
마지막으로 남편을 깨웠다.
남편이 미리 내려가 따뜻하게 해놓은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진통은 점점 강해졌고
내 입에서는 신음이 새어나왔다.
진통이 오면 나도 모르게 하복부에 힘이 주어졌다.
엄마는 내 옆에서 계속 나를 격려해주시며 기도해주셨다.
병원에 갔더니 양수가 터졌다고 입원수속을 밟았다.
간호사는 자궁문이 2.5cm 정도 열렸다며 아직 멀었다는 듯 얘기했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느끼는 진통의 강도로는 오래지 않아 아이가 나올 것만 같았다.
처음엔 무통주사를 거절했는데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중에는 맞겠다고 했다.
근데 그 후로 자궁문이 급속히 열리기 시작했고
그래서 결국은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게 되었다.
아기 머리가 1cm 정도 보이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되면서
진통이 오는 것이 두려울 만큼 고통은 심해졌다.
난 너무 아파 죽겠는데
계속해서 "조금만 더" 하면서 힘을 주라는 간호사 샘들이
은근히 야속했다... ㅜ.ㅜ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간호사들은 친절한 편이었고 숙련되어 있었다.
(이름도, 성도 모르고 얼굴조차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감사 인사라도 전하고 싶은 마음~)
초장부터 이렇게 힘든데
과연 내가 끝까지 견뎌내서 자연분만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약한 생각마저 들었다.
진작에 운동이라도 좀 해서 체력을 더 키워둘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다가 제왕절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다.
진통이 계속 오가는 동안
엄마는 밖에서 기도하시면서 왔다갔다 하셨고 대체로 남편이 내 옆을 지켜주었다.
남편은 너무 안타까워서 내 손을 잡아주고 몸을 만져주기도 했지만
나는 진통이 올 때 오히려 남편이 몸에 손을 대면 더 아픈 것 같았다.
마치 몸살 났을 때 온몸의 피부가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아픈 것처럼...
내 입에서는 기도밖에 안 나왔고, 남편에게도 계속 기도해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간호사가 아기 머리가 3cm 정도 보인다고 했고
오전 7시쯤 나는 분만실로 옮겨졌다.
감사하게도 평소 진찰해주시던 담당 의사샘이 분만실로 들어오셨다.
아마 연락을 받고 오신 듯했다.
(나중에 듣기로 담당 의사샘은 그 전날 새벽 3시까진가 계시다가 퇴근하셨다던데... 피곤하셨겠다. ^^;)
분만실은 완전 수술실 분위기였다.
게다가 자세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양 다리는 다리걸이 같은 데에 걸고, 양팔 마치 십자가에 달리는 것처럼 양쪽으로 쫙 펴서 팔걸이에 올리고
똑바로 천장을 보고 누워 있어야 했다.
자세 때문인지 나는 허리가 너무 아파와서
상체를 어떻게든 좀 일으키고 싶어서 그 와중에 부탁을 했건만
힘 주는 데 방해된다며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 ㅜ.ㅜ
하지만, 분만실에서의 분만은 생각보다 수월하고 빨랐다.
그 전에 겪은 고통이 훨씬 커서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한 번 힘을 주고, (아마 이때 의사샘이 분만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체크하셨을 거 같다.)
두 번째 힘을 줄 때 아이가 쑥~ 하고 머리를 내밀어주었다.
나이 많은 엄마 생각해서 눈치 빠르게 나와준 고마운 우리 딸... ㅜ
내가 첫 번째 힘을 줬고
담당의가 회음부 절개를 하는 동시에
내가 두 번째 힘을 줄 때
간호사들(두 명)이 우리 딸 엉덩이를 밀어줬던 거 같다.
순간, 뭔가가 쑥~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의사샘이 이제 힘 주지 마세요 그랬던가.. 힘 빼세요 그랬던가..
그 목소리를 들으며 아 이제 다 끝났구나.. 아이가 태어난 거구나.. 했다.
분만실 한켠에서 사랑스런 기쁨이(태명)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기쁨이를 안고 내 곁으로 왔다.
누워 있는 내 품에 기쁨이를 올려주기도 하고
기쁨이가 내 젖꼭지를 잠시나마 입에 대볼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그 후의 시간도 꽤 고통스럽긴 했지만
(태반과 잔여물들을 끄집어내고 회음부 상처를 꿰매고 하는 과정들이 15~20분 정도 계속되었던 거 같다..)
출산이 끝났다는 기쁨과 아이를 만난 안도감 때문에 견딜 만하게 느껴졌다.
너무 신기하고 놀랍고 얼떨떨하고 행복하고 감사하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 감동...
얼떨떨한 2박3일을 병원에서 보내고
퇴원해서 집으로 왔다.
아이는 날마다, 시간마다 더 예뻐지고 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팔불출?엄마인가 보다.. ㅋ)
부족하고 연약한 내가 어떻게 이런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지...
결코 다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에 그저 감사드릴 따름이다.
내가 첫아이를 낳기 몇 개월 전에
사랑하는 사촌동생이 둘째아이 출산 중에 하늘나라로 갔다.
우리는 아무도 이 땅을 언제 떠날는지 알 수가 없다.
나도,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된 우리 아이도, 사랑하는 남편도, 그 누구라도...
그저 하루하루 감사하며 사랑하며 겸손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땅에 보내주신 분께서 나를 이 땅에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그분이 주신 소명을 따라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그때까지 내게 맡겨주신 소중하고 사랑스런 우리 딸을
지혜롭게 사랑으로 잘 양육하기를 기도한다.
기쁨이의 이름은 하언(하나님의 언약)이라고 지었다.
남편이 노총각으로 오래도록 있으면서 결혼을 위해 기도했는데
(내가 서른일곱 살, 남편이 마흔두 살일 때 소개로 만났다. ^.^)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던 거 같다.
남편이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의 감동이..
"너에게 자손이 있으리라.."
하나님은 어쩌면 그 약속을 보란 듯이 지키시느라 그러셨는지
우리는 지난해 3월 결혼하자마자 임신이 되었고 그 해를 넘기기도 전에 아이가 태어났다.
그래서 "하나님의 언약"을 따라 나온 아이라는 의미로 하언이라고 이름 지었다.
부모가 계획하지 않은 아이는 있어도
하나님이 계획하지 않은 아이는 없다는 말, 어디선가 들었다.
멋진 말 같다.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하다.
비록 그 아이가 아프거나 장애가 있거나 (우리 남편도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서 장애를 갖고 있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하나님의 계획 아래 있을 거다..
우리 하언이도 그 계획 안에서 잘 자라주길 바라며
하언이가 자신에게 허락된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한 일에 힘쓰는 삶 살기를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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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맘카페에 올렸던 글을
오늘 오랜만에 보고 제 블로그에 퍼와봅니다. ^^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기억들도 옅어지고...
아쉬운 마음이에요.
36살에 결혼,
37살에 첫째(딸) 자연분만
38살, 시애틀로 이주
40대 초반에 둘째 유산 (소망이, 9주차)
43살에 연이어 셋째 유산 (별이)
다시 없이 행복했던 임신과 출산...
타국에서 겪은 두 번의 유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모든 과정마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함께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예비맘들이 이 글 읽으신다면
순산하시길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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